씨라이트 에듀 소식지 [제2015-005호, 2015-09-29]

씨라이트 에듀 소식지 [제2015-005호, 2015-09-29]

최근에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현재 중1이 고1이 되는 2018년부터 적용되는 것으로서 오랜동안 우리 고등학교 교육을 대표했던 문과 (인문계), 이과 (자연계)라는 구분을 없애는 적지 않은 변화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신 희망 진로에 따른 맞춤형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통합적 사고력을 겸비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이번 개정의 목표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은 이미 교육계 전반에서 제기되어 온 것이었기에 대체로 개정 자체는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2017년에 발표될 수능 시험 개편안과 각 대학별로 공개될 2018년 입시요강을 봐야 이번 개정의 실효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2017년 대선은 교육 이슈로 무척 뜨거운 선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벌써 세번째 시도인 것 같습니다. 첫번째 시도는 통합적 사고력 배양을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대의 하에 학력고사 대신 1994년부터 시행된 통합 교과형 수능시험입니다. 세계사와 국사를 통합한 문제, 사회문화와 정치경제, 국민윤리를 통합한 문제처럼 2과목 이상을 통합하여 문제를 출제하는 파격적 시도를 통해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취지도, 문항도 좋았지만 공교육을 통해 준비하기 어렵고 사교육 창궐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결국 개별 교과형 수능으로 후퇴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었고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다시금 통합적 사고력 배양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시행된 통합 교과형 대입 논술고사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인문학과 수학의 통합, 수학과 과학의 통합 등의 방식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 문제들이 출제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두번째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통합 논술 역시 공교육에서 준비하기 어렵고 사교육 창궐의 주범이라는 비난 속에 통합적 성격을 많이 잃어버린 개별 교과형 논술로 후퇴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선례를 볼 때 세 번째 시도로 볼 수 있는 이번 개정안도 시행되기까지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논술을 폐지하자는 중등교육계의 완강한 저항을 이겨내고 논술이 대입 주요 전형으로 살아남은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공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면 여전히 첫발을 떼기가 쉽지 않은 길이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언제까지나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2년 남았습니다. 이번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일제에 의해 이 땅에 이식된 피지배층을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즉 끊임없이 남들과 같아지도록 만들고, 남들과 달라지는 것은 기피하게 만드는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끊임없이 새롭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창의력입니다. 저는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안될 때 방법을 달리하라 그러면 훨씬 이상적이다”라는 잠언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 잠언은 제가 개인적 어려움 뿐 아니라 씨라이트 에듀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는 방법을 달리하라는 말씀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다른 방식으로 해 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교육기부박람회에서 부스를 방문한 학부모들에게 씨라이트 에듀 프로그램을 홍보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이런 걸 왜 무료로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박람회 기간 동안 많은 분들과 대화해보고 싶어했던 저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고, 사람들이 대학생 교육 멘토링이란 취약층 자녀들을 돌봐주는 것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취약층 자녀들이 공부를 아예 포기하지 않도록,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돌봐주는 일로써 복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런 관념을 가진 분들이었기에 씨라이트 에듀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접했을때 돈 받고 해주는 것을 왜 무료로 해 주느냐며 궁금해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만일 상위권 친구가 과외나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취약층 학생은 그 친구를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겠지만 상위권 성적 유지의 비결이 대학생 멘토링이라고 생각한다면 취약층 학생도 그 친구를 따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과외나 학원을 통해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은 대학생이 됐을 때 과외 지도를 하려고 하겠지만 멘토링을 통해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은 멘토가 되려고 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을 때 학부모님들은 고개를 끄떡이셨고, 즉석에서 멘토링 예약을 하셨습니다.

만일 취약층 위주의 멘토링만 있다면 취약층을 지탱해 준다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겠지만 대학생 학습 멘토링은 일반적으로 학습 의욕이 낮은 저소득층, 중하위권 학생을 위한 활동이라는 인식은 더욱 굳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는 멘토들이 큰 의욕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멘티들이 후에 멘토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지 않아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에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받을 정도는 되지만 가급적 멘토링을 통해 성장하기를 원하는 의욕적인 학생에게 멘토링을 제공한다면 멘토링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고 멘토들의 의욕도 고취될 수 있으며 멘티가 다시 멘토가 되어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성 또한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전교 1, 2등을 놓고, 또는 각종 교내대회 상위 입상을 놓고 사교육으로 무장한 토끼 같은 학생과 멘토링으로 실력을 다진 거북이같은 학생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학교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면, 또한 그런 학교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면 어떨까요? 씨라이트 에듀는 이러한 미래를 꿈꾸고 있으며 특히 통합적 사고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많은 거북이 우등생들을 배출해 보고자 합니다. 이 일은 어느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없으며 이 일에 참여하는 데에 어떤 자격 요건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씨라이트 에듀는 멘토링 진행시 부모 소득을 묻지 않는 것입니다. 이상은 박람회에서 두번째로 많이 받은 질문이었던 “멘토링을 빋을 수 있는 자격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번 달 소식지는 편지가 길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게 많은데도 관심 가져 주시고 열심히 참여해 주시는 대학생 멘토, 초중고생 멘티, 학부모님께 늘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15년 9월 29일
씨라이트 에듀 대표
임두연 드림

< 씨라이트 에듀 소식>
● 2015년 9월17일 (목)-20일 (일)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4회 대한민국 교육기부 행복박람회”에서 씨라이트 논술교실 이름으로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박람회 중에 “나를 글로 표현하다”라는 이벤트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응모한 80여명의 학생 중 우수학생 17명을 선발하여 아래와 같이 시상하였습니다.

– 금상: 김포여중 1학년 양지원
– 은상: 천안목천중 1학년 한세아
– 동상: 의정부고 2학년 김성호 외 13명
– 특별상: 고양현산초 1학년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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