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으며 학생들과 함께 숨쉬어요 (서울대저널 98호, p. 90)

세상을 읽으며 학생들과 함께 숨쉬어요 (서울대저널 98호, p. 90)

논술교실의 수업은 인문계와 자연계, 중등반과 고등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사진은 중등 논술 수업 모습.
논술교실의 수업은 인문계와 자연계, 중등반과 고등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사진은 중등 논술 수업 모습.

대학 입시에 논술시험이 포함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운 좋게 학교에서 논술 대비반을 제대로 운영하거나 경제적으로 넉넉해 고액 논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험생 혼자 논술을 준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논술시험은 학벌의 대물림을 유도하는 장치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 와중에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모임이 있으니, 바로 ‘씨라이트([Cːrite])논술교실’이다. 씨라이트논술교실은 서울대학교 학생처에서 지원하는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의 하나다. 임두연(생물정보학전공 박사과정) 씨, 김진수(중문 석사과정) 씨, 신원규(국제대학원 석사과정) 씨 등이 주축이 돼 관악구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 논술을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
특히 관악구 지역의 학생들은 글쓰기 실력이 좋아도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임두연 씨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주소를 바꿔 강남 지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패배의식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상대로 무료 논술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논술교실에서 수업을 받은 조보원(서강대 정치외교 09) 씨는 “무료 수업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의욕이 부족한 학생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학생이 한 명뿐인 수업에도 열심히 준비를 해 오는 선생님의 정성에 감동해 꾸준히 수업에 나왔다”고 고백했다. 현재 조 씨는 다시 씨라이트논술교실의 교사가 돼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씨라이트논술교실은 일반 논술학원과는 확실히 다르다. 신원규 씨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논술교사보다는 멘토로서 다가가는 측면이 크다. 학생들도 교사들이 돈 때문에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믿고 따른다”며 “이 경우 인생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교사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자연히 수업 준비도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떤 사람과 나만이 공유하는 역사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 소중함을 강조했다. 김진수 씨는 “논술교실에서는 아이들과 숨을 쉴 수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실제로 대치동 학원에 가자는 권유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교사 본인의 생각을 학생들과 함께 얘기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논술교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으며, 지속적으로 교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씨라이트논술교실의 ‘씨라이트([Cːrite])’는 ‘See Right (바르게 보고), See Write (보고 쓰며), Sea Write (세상을 향해 쓰고), Sea Light (세상을 비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학생들과 함께 세상을 향해 쓰고, 희망을 비추는 일을 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문지선 기자 (mnjs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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