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두호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부 2010학번, 남강고 졸업)

강두호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부 2010학번, 남강고 졸업)

강두호

안녕하세요. 저는 10학년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강두호입니다. 제가 좋은(c-rite 이전 명칭) 논술 수업이 시작했을 때부터 수강했던 학생인 만큼 오랜만에 c-rite site에 글을 올리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이 학부 2학년을 마친 시점이라 다른 수기와 달리 c-rite와 대입 그리고 c-rite와 학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공학도의 입장에서 ‘c-rite 논술 수업이 좋다’ 라는 애매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논술 수업을 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부분과 제 스스로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남강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학생들을 명성 있는 대학에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논술 수업을 전 학년에 걸쳐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이과 수업의 중심이 되는 수학 논술 수업에는 대외적으로 알아주는 수학 선생님을 비롯하여, 과거 학력고사 시절부터 그 당시까지 학력고사, 수능, 모의고사 출제위원으로 자주 선발되셨던 과학 선생님들까지 논술 수업을 맡았었습니다. 그러나 인정된 실력을 지니고 계신 선생님들이 있었지만 많은 인원의 학생들로 인한 첨삭 부족, 개개인의 실력 차이, 활발한 토론 미흡 등 개인적인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 외에 대성모의논술, 연대 모의 논술, 생글생글(?) 등 학교 측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를 했다고 생각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명한 논술 학원에 관한 개인적 생각은 대학생이 된 후 생각이므로 나중에 언급하겠습니다.)

C-rite 논술에서 논술 수업을 들을 당시 제가 첫 수강생이었기 때문에, 저 혼자 수업할 때도 많았고, 별다른 교재도 없었습니다. 또, 수업을 맡았던 대학생들도 첫 강의라 서투른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학생과 논술 문제를 놓고 토론하거나, 모르는 지식을 찾아가면서 배웠던 점이 저 스스로 논술에 대한 감을 잡아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대학생들도 문제를 놓고 헤매며 당황했을 때도 상당히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많은 고등학생들은 이를 보고 항상 명쾌한 답변을 주는 강사들과 비교합니다. 그렇지만 헤매는 것을 보는 것도 논술 나아가 심층 면접에 있어 도움이 됩니다.

첫째로 헤매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해서 자신이 그 상황에 부딪쳤을 때 헤매던 명문 대학생을 생각하며 덜 당황할 수 있습니다. 둘째, 대학생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헤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답을 만들어가는 지 보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한참 헤맨 뒤, 자신의 생각을 제시문과 자신의 지식과 곁들어 추측하거나 답변을 내는 선생님들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셋째로, 이 수업이 실전이 아니기 때문에 헤매는 대학생들은 여러분과 의견을 나누려고 합니다. 의견을 나눔을 통해 스스로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답변이 나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 외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가끔은 직접 설명할 기회를 접하는 것, 대학생들의 답안은 고등학생들의 수준에서 도전할만한 실력과 답변을 내는 것(명강사님들의 답안은 따라가기 힘든 노하우와 실력 때문에 힘들 것입니다.) 등 다양한 장점이 존재합니다만 이야기가 길어졌으므로 대학에 와서 수업을 뒤돌아 봤을 때 느낀 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대학 2년을 마치며 논술과 심층면접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포항공대는 학교 특성상 300여명의 소수 인원만 뽑기 때문에 교수들과 의견 교환이 자유롭습니다. 따라서 입시철만 되면 교수들이 입시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합니다. 그 중 창의력만 하겠습니다. 방금 ‘논술 창의력’이라 검색을 하니 역시 수시 논술에는 ‘창의력, 통합적 사고 평가’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께서 가장 어렵게 생각하시는 부분 역시 창의력입니다. 그러나 창의력이 엄청난 것이 아닙니다.

저희 과의 한 교수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것 중 하나가 유명한 논문과 기술 개발들은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에서 나왔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F=ma나 만유 인력과 같은 기본 공식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저도 요즘 들어 이 말의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모의고사 1~2등급 맞는 고등학생들도 제가 몇 질문을 던지면, 기본 원리에서 나오는 질문인데도 답변을 못합니다. 잘한다고 부모님께 귀에 못박히도록 들었던 학생이지만 묻는 것마다 대답을 못하고, 제가 답을 말해주면 금방 이해합니다. 비단 1~2등급 학생뿐만 아니라 3~5등급의 학생들도 쉽게 이해하는 질문에 답변을 못합니다.

저도 교수님들도 그 이유를 기본 공식이라는 명칭으로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간단한 예로 공식(저는 이 표현을 안 좋아하지만.)은 대부분 =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쪽 방향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단한 공식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F=ma에도 여러 의미가 있는데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이야기가 조금 어긋나지만 그래서 포항공대에서는 학생들에게 쉽다고 생각되는 문제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쉽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학생들을 보면 제 입장에서도 답답하고, 당연히 교수님들도 답답해하시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쉬운 문제도 풀게 해보면 학생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생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H+ + OH- > H2O와 화학식 같이 쉬운 화학식도 제대로 못 적는 학생들이 태반입니다. (위 정도만 쓰면 저는 50/100을 줍니다. 20점을 주고 싶지만 불쌍하니 50점입니다. 정확히 써야 100점을 받고, 기본이 탄탄한 학생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어려운 문제도 질량 보존의 법칙을 고려한 학생들이면 풀 수 있는 문제 등입니다.

길어졌지만 ‘창의력은 기본 공식을 자기 스스로의 표현하고 설명하는 것을 통해 볼수 있다.’ 라고 교수님께 듣고 저도 어느정도 동감한다는 것입니다. 교수님 평가에 많이 나오는 말 중 ‘학생들이 어느 학원 출신인지 알 수 있다.’ 을 기억하십니까? 그 이유 중 하나가 똑같은 답변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유명한 강사들이 멋있어 보이는 공식들은 사실 대학 과정에 나오는 것도 많고, 만약 그런 것 없이 똑같은 공식을 썼다고 해도 글 조금만 읽어보면 공식만 썼는지 공식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었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실제 교수님들도 이 이야기를 합니다. 기본을 내는데 제대로 아는 아이는 드물다고. 또, 교수님들께서 입시 때 하시는 이야기 중 하나가 ‘틀렸지만 논리적인 체계가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을 논리 없이 맞춘 답변보다 높이 평가한다.’ 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유명한 강사들의 노하우와 실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 같은 경우 c-rite에서 뭣도 모르고 엉뚱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도 많이 들으며 기본 공식에 대한 제 생각을 키웠습니다. 그 영향이 대학 와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굳이 c-rite에 대해 좋은 점만 쓸 이유는 없지만, 저 같은 경우 유명한 강사들의 강의를 들어보면 어려운 문제, 나는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생각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은 대학에서 배웠고, 다시 그 강의 자료를 살펴보면 학생들이 ‘그 기발한 생각들을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기본 공식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부터 이 글을 읽는 분께 드리는 가장 권하고 싶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엄청난 실력을 지닌 사람은 아니기에 높은 성적을 지닌 학생에게 어떤 조언을 하기는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해당되는 조언이라 생각합니다.

P.s 유명 강사님들에 대한 비난이 아닙니다. 소화 가능하신 분들은 가서 듣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위 글은 제가(!) 느낀 점을 적은 것이고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제대로 공식을 음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학생은 차라리 C-rite와 같은 논술 교실에서 토론하며 배우는 것을 권유합니다.

또, 교수님들은 저희 기계과 교수님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님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너무 길다….. (여기 까지 읽으셨다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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